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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시즌 되돌아본’ 박미희 감독, 은퇴하는 김해란 언급하며 눈물 흘려

기사승인 2020.04.18  13: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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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 (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흥국생명은 2019-2020 V-리그를 14승 13패 승점 48점으로 마무리했다. 순위는 3위였다. 루시아와 이재영의 부상으로 긴 연패가 있었지만 후반부 4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중 시즌이 종료된 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미희 감독은 차분하게 시즌을 되돌아보며 기억을 되살렸다.

▲ 3위는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아쉬움의 크기로 말하면 2위 GS칼텍스 못지않다. 아니 그보다 클 것 같다. 여러 어려움에도 선수들이 잘 버텼다.”

▲ 디펜딩챔피언이었고, 전력 누수가 없어 미디어데이 때부터 1강으로 꼽혔다.

“(웃으면서)아니라고 해도 주변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다. 사실 어느 팀이나 약한 부분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팀이 구성 자체는 탄탄했다. 부상 없이 그대로 갔으면 더 그랬을 것이다.”

▲ 트라이아웃에서 파스쿠치를 선택했지만 루시아로 교체한 것이 팀에 도움이 됐다.

“루시아는 눈여겨 본 선수였지만 트라이아웃이 열린 토론토에는 하루 늦게 왔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외국인선수를 생각해 파스쿠치를 선택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체 외국인선수로 루시아를 빨리 생각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마침 루시아가 아르헨티나 대표팀 경기가 있는 일본에 와 있었다.”

▲ 시즌 시작 후 1라운드에서 3승 2패였다.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에 패했다. 본격적인 상승세는 3라운드였다.

“그 전 통합우승을 할 때도 1라운드는 3승 2패였다. 2라운드 초반 루시아가 맹장수술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재영이가 잘하는 선수지만 외국인선수 없이 경기를 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가 연패를 할 때도 일방적으로 셧아웃 패를 당한 건 아니었다. 한 두 방이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많았다.” 

▲ 루시아 맹장수술과 이재영의 무릎부상이 큰 변곡점이 됐다.

“그랬다. 루시아의 맹장수술 이후 목표를 수정했다. 정규리그 우승 보다는 선수 컨디션을 생각해 포스트시즌을 겨냥했다. 사실 재영이도 더 빨리 복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재영이를 보호할 필요도 있었고, 포스트시즌에 포커스를 두면서 조절하는 상황이었다.”

▲ 포스트시즌을 겨냥한 상황이라 시즌 종료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다.

“재영이 복귀 직전에 연패를 끊었고, 이후에는 4연승 상승세였다. 루시아도 덩달아 컨디션이 좋아졌고,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기대감이 컸다. 가장 분위기가 좋아 자신감도 있었다.”

▲ 상대전적을 보면 현대건설에 2승 4패, GS칼텍스에 1승 4패였다. 

“우리가 가장 힘든 상황에서 상대 분위기가 좋을 때 계속 만나게 되는 팀이 있더라. 이전 시즌에는 도로공사가 그랬고, 이번 시즌은 GS가 그랬다. 우리 선수들은 GS에 자신 있어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 패수에 비해 승점관리가 잘 됐다.

“수확이었다. 파이널세트로 가는 긴박한 경기를 하면서 경험이 쌓였다.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었다. 그런 부분이 성과다.”

▲ 김해란이 은퇴한다. 만류하고 싶었을 것 같다.

“(한숨을 쉬더니 물을 마셨다. 몇 초가 흘렀다)해란이는 감독과 선수이기 보다 그 이상의 교감을 했던 선수였다. 내가 감독이지만 뭔가 기대고 싶은 선수였다. (눈물을 흘리며)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 느낌으로 같이 있었다.”

▲ 김해란이 라바리니 감독 선임 이후 대표팀에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박 감독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 어려움을 토로하며 힘든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기억이 난다. 함께 있는 동안 그렇게 긴 문자를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 아이의 마음이, 그리고 자존심까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선수라 대표팀에 남아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 이런 선수이기에 마무리를 더 잘했으면 했는데 은퇴를 선언해 가슴이 아프다.”

▲ 다음 시즌 김해란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다.

“클 것이다. 상당히 클 것이다. 지금 보면 리시브는 신연경이 무게감이 있다. 리베로는 둘을 번갈아 쓸 수 있다. 도수빈과 남은빈은 전문 리베로라 동선과 타이밍을 이해하고 있다. 수비 쪽에서 기여할 것이다.”   

▲ 박현주가 신인왕이 됐다. 쏠쏠한 활약이었다. 

“고등학교 선수들의 경기를 현장에 가서 볼 때 첫 번째 포인트는 코트장에서 주눅들지 않는 기질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부분 말이다. 이 부분은 기량과는 조금 다르다. 기량은 후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현주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뻔뻔해 보인다. 좋은 쪽으로 보면 대담한 부분이 있다. 잘 관리하면 더 발전할 것이다.”

▲ 김미연의 역할론에 대해 외부평가가 엇갈린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주변의 기대가 큰 선수다.

“모든 선수들을 볼 때 이 정도만 해주면 된다는 선수는 없다. 미연이에게도 다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시즌의 경우 미연이가 버텨주지 않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미연이는 사실 주공격수는 아니다. 자기 역할이 있다. 그런데 주공격수 역할을 10경기 이상 했다. 자기 역량 이상을 해준거라 본다. 결국 여유가 있어야 생각을 하며 배구를 하는데 이번 시즌은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힘들었을 것이다. 항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전에 또 공격을 해야하고, 또 서브가 날아오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미연이는 훈련 때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낸다. 따로 개인 훈련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도 좋다. 그리고 본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 감독은 알고 있다. 또 하나 미연이가 우리 팀에서는 멘탈이 갑이다.”

▲ 센터 김세영은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자기 관리를 참 잘하는 선수다. 후배 들에게 큰 언니로 존경 받을 만 하다. 본인도 배구하는 날까지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다만 나이로 인해 떨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영역이다. 앞으로 흥국생명은 김세영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를 키워내야 한다.”

▲ 센터 이주아가 2년차 컴플렉스를 깨지 못했다. 

“주아는 냉정하게 보면 이번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리적인 부분도 분명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훈련 부족이다. 대표팀에 가서 눈으로 보고 오는 부분도 있겠지만 몸으로 배구를 하지 못했다. 가장 많은 훈련이 필요한 시기에 대표팀에 가서 따라만 다녔다. 솔직히 말하면 주아는 대표팀에 가면 무조건 마이너스다. 첫 해에 대표팀에 가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경기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커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보는 배구는 거기까지다. 결국 몸으로 해야 한다. 올해 마침 국가대표 경기가 없다. (미소를 보이면서)주아에게 실력을 끌어올릴 기회가 왔다.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팀에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 연습생 이었던 김다솔 세터의 발전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다솔이는 이전 시즌에 더 많이 나섰다. 이번 시즌은 조송화가 안정적으로 하다보니 뛸 기회가 부족했다. 자신도 송화 이상 해야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슬럼프가 길었다. 배구는 포지션을 막론하고 신장, 점프력, 테크닉이 중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본인이 더 열심히 해서 끌어올려야 한다. 내가 영원한 백업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새로운 신화를 만들겠다는 다부진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각오를 했으면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대한다.”

▲ 조송화 세터와 감독 데뷔 시즌부터 6년을 함께 했다.

“올해 송화가 쉬지도 않고 잘해줬다. 항상 부상을 안고 있지만 부상 때문에 경기가 안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게 달라진 부분이다. 한 번도 쉬지 않고 하려고 했고, 연습 때 집중력도 좋아졌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가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

▲ FA 시장에서 세터 이다영을 보강했다.  

“그 선수의 장점이 있다. 그걸 살리려고 한다. 우리 팀에는 재영이가 있다. 다영이와 재영이는 배구를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 배구를 해왔다. 그러다 프로에 오면서 팀이 나눠졌다. 다시 함께 하게 됐으니 장점을 잘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흥국생명 지휘봉을 들고 6시즌을 치렀다. 통합우승 금자탑도 쌓았다. 감독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기술적인 건 습득의 문제라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선수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 선수들과 소통 비법이 있나.

“면담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상대가 무얼 생각하는지를 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감독이 이해하고 있구나’ 혹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기술적인 부분의 터치는 입단 초기 일정 기간 안에 해야 한다는 것이 지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어떤 입장인가. 

“나 역시 공감한다. 프로까지 올 선수라면 온 몸에 자기가 하는 배구가 익숙해져 있다. 그걸 바꾸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색깔을 완전히 바꾸는 건 어렵고, 선수를 대하면서 절대 바뀌지 않는 부분과 바꿔야 할 습관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 감독이면서 아내고 엄마다. 외조가 중요한 상황이다.

“가족에게 늘 고맙다. 남편이 외조를 잘 해준다. 집안일에 대해 신경쓰지 않게 해준다. 내가 하는 일을 남편이, 또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내가 자기 분야에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 그러면서 잘 버티고 있는 걸 응원해준다. 요즘은 비시즌이라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다. 배구 얘기를 많이 한다. 가족들도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 오늘도 식탁에서 가족들과 배구 얘기를 나눌 것 같다(웃음).”

박미희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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