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골 세레머니 하는 이희균 (광주=연합뉴스) |
K리그1 '이정효호' 광주FC가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기대를 모은 제시 린가드가 데뷔한 FC서울을 꺾고 2024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광주는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울을 2-0으로 물리쳤다.
양 팀의 올 시즌 개막전인 이 경기는 프로축구 최고 지략가들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지난 시즌 광주를 구단 사상 1부리그 최고 순위인 3위에 올려놓고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이끈 이정효 감독은 아사니, 베카를 비롯해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외국 선수 3명을 출전 명단에서 빼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 전부터 '이름값으로 축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이 감독은 이희균, 이건희와 함께 2004년생 윙어 안혁주에게 전방을 맡겼다.
안혁주는 경기 시작 6분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슈팅을 시작으로 거센 공세를 편 광주는 14분 후 그림 같은 연계 끝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 후방 지역부터 공격 전개를 시작한 광주는 단숨에 왼쪽 측면으로 공을 넘겨 상대 페널티지역 근처로 전진했다.
페널티지역 모서리에서 이건희가 수비수를 제치고 내준 공을 받은 이희균이 페널티아크 뒤편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서울의 골그물을 흔들어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조직적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으로 서울을 괴롭힌 광주는 전반에만 슈팅 8개, 유효슈팅 4개를 퍼부으며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예매 시작 2분 30초 만에 티켓이 매진된 이 경기에는 7천805명이 입장했다.
2023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대한축구협회(FA)컵(현 코리아컵) 우승과 리그 준우승을 이끌고 서울로 둥지를 옮긴 김기동 감독은 전반 속절없이 밀리자 후반 시작과 함께 스트라이커 일류첸코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광주의 압박에 적응한 서울이 공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소강상태가 펼쳐졌으나 계속 이렇다 할 기회가 없자 김 감독은 후반 31분 '안 쓰고 싶다'고 했던 린가드까지 투입했다.
린가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공식전 232경기에 출전해 35골을 터뜨린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김 감독은 그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날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고 취재진에게 얘기했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승부수를 던졌다.
교체 출전으로 K리그에 데뷔한 린가드는 투입 직후 페널티아크 뒤편에서 왼발 슈팅을 찼으나 골대를 훌쩍 넘겼다.
주로 오른쪽 측면 전방에서 뛴 린가드는 의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광주의 밀집 수비 탓에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고,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후반 추가 시간 역습을 거칠게 저지하다가 K리그에서 자신의 '1호 옐로카드'를 수집했다.
오히려 데뷔골을 신고한 외국 선수는 광주의 가브리엘이었다. 그는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 넣어 2-0 완승을 완성했다.
한편,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선홍 감독이 전날 전북 현대-대전하나시티즌전에 이어 이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는 수원FC가 후반전 추가시간 터진 이승우의 '페널티킥 극장골'을 앞세워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물리치고 2024시즌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번 시즌 수원FC 지휘봉을 잡은 김은중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맛보며 기분 좋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반면 3년 연속 파이널A 진입과 함께 울산 HD·전북 현대·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빅4' 형성을 목표로 삼은 인천은 공격을 주도하고도 득점에 실패하며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인천의 홈 개막전을 맞아 경기장에는 1만5천60명의 팬이 몰렸다.
전반전에 '유효슈팅 제로'에 그친 수원FC는 힘겹게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며 후반전에 들어갔다.
수원FC는 후반 10분 지동원을 빼고 이승우를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촘촘한 수비로 인천의 공세를 막아내던 수원FC는 후반 31분 이승우의 킬 패스에 이어 윤빛가람의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으나 골대를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주도권을 내줬던 수원FC는 경기 종료 직전 윤빛가람이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승우가 오른발로 깔끔하게 차 넣어 짜릿한 1-0 승리를 낚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마이클 김 수석코치, 정조국 코치, 조용형 코치가 자리해 K리그 선수들을 점검했다.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는 강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1-1로 비겼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강원은 '이적생' 이상헌이 먼저 장군을 외쳤지만, 김학범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제주는 '브라질 공격수' 이탈로가 '멍군'으로 받아치며 무승부를 거뒀다.
강원은 전반전 킥오프 32초 만에 이상헌의 득점포가 터지며 가볍게 출발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양민혁이 때린 슈팅이 이상헌의 오른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제주 골대 왼쪽 구석에 볼이 꽂혔다. 득점은 올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은 이상헌의 몫으로 돌아갔다.
K리그 역대 최단시간골인 11초(2007년 인천 방승환·2023년 전북 구스타보)에 21초 뒤진 득점으로 역대 공동 30위(1984년 한일은행 최덕주)로 기록됐다.
팀이 채 정비도 되기 전에 실점한 제주는 전반 43분 이탈로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투입된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에 맞고 뒤로 흐르자 이탈로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터닝 발리슈팅으로 강원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190㎝의 장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시즌 K리그 무대에 처음 도전한 이탈로는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는 기쁨을 맛봤다.
강원은 후반 28분 이상헌이 추가골을 터트렸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슈팅에 앞서 가브리엘의 골키퍼 차징 반칙이 먼저 발견돼 골 취소가 선언돼 아쉬움을 남겼다.
강종훈 기자 sports@thesports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