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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프로배구에 적응하려는 자

기사승인 2024.05.23  09: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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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입단이라는 절차가 우선 필요합니다.

프로팀 입단은 학교에서 배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의 1차 목표입니다. 대부분의 학생 선수들은 프로팀 입단을 목표라고 말합니다. 그중 일부는 프로에 입단한 이후 국가대표가 돼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입단은 운명의 순간입니다. 프로팀의 지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련선수를 포함해 입단에 성공한 일부 선택받은 선수들은 우선 배구 선수 인생의 1차 목표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 선수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적응하려는 자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다만 조금 특수한 세계에 진입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회와 달리 프로배구의 세계는 상당히 좁은 영역입니다. 생존방식도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산하 남자부와 여자부 14개 구단은 이 부분에 있어 책임감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연맹과 구단의 생존법입니다.

현실은 국내 선수들에게 암울합니다. 배구를 하려는 선수도 그 수가 날이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감소와도 궤를 같이합니다.

구단들은 국내에서 선수를 선발해 전력을 보강하고 유지하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합니다. 사실입니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새내기들을 선발했지만 이들은 훈련에만 참여하는 수준일 뿐 주전으로 코트에 나설 실력이 아닙니다. 한 시즌에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가운데 고작 한두 명 정도가 코트를 넘나드는 수준입니다.

위기의식을 감지한 구단들은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살림살이도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절충점이 필요했습니다.

기존 외국인선수 제도는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꾼지 10년이 다 돼 갑니다. 새로 만든 아시아쿼터 제도도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합니다.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은 제도인데 이 제도가 이토록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자유계약 혹은 자유선발로 회귀하려는 구단의 목소리보다 이를 결사반대하며 트라이아웃을 통한 리그 하향평준화를 주장하는 몇몇 구단들의 강력한 저지선이 작동한 때문입니다.

외국인선수 선발 자율화 제도에서 만년 하위권에 있는 것보다 하향평준화를 통해 봄배구 혹은 그 이상을 도전해보려는 심산입니다. 구단의 첫 번째 아이덴티티는 성적이니 이 부분도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내 선수들을 위한 보호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외국인선수를 늘려가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싶습니다.

선수가 프로 구단에 지명돼 1차적인 꿈을 이뤘다지만 이후 곧바로 불투명한 미래와 마주하게 됩니다. 현재 상황에선 아무런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없습니다.

결국 2~3년 안에 신인 선수 중 절반 이상이 쫓겨나거나 스스로 팀을 떠나는 현실입니다. 그들은 배구에 운명을 걸었다가 배구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막막한 가운데 인생 2막을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줄여나갈 방법은 없을까요. 배구를 잘해서 구단이 선택한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요.

당장 아쉬운 건 2군 리그의 개최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입단 2년차 이내 선수를 반드시 코트에 1명씩 투입해 경기를 치르게 하는 방법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좋아하는 직업군 안에서 긍지와 만족감을 가지며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입니다.

배구 생태계는 특출난 기량을 가진 사람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출난 기량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라도 쉽게 내쳐지지 않고, 기회를 일정부분 이상 부여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건 연맹과 구단의 사명입니다.

지금의 토양이라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미래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인 드래프트의 의미도 사라지는 겁니다.

조직의 바닥에 있는 구성원들의 처지가 비참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그 조직의 수준과 직결됩니다. 14개 구단과 연맹, 그리고 협회를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나누지만 이들의 고민은 조직의 윗선, 그리고 특출난 기량을 가진 자에 모아집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그래야 늦게 피운 꽃을 바라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고, 집단 전체의 건강함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침 오늘 열리는 배구연맹 워크샵에서는 2군 리그 도입에 관한 포럼이 열린다고 합니다. 얼마나 건설적인 얘기들이 오갈지 모르겠지만 이런 의제가 공론화 됐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프로배구에 적응하려는 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세계를 잘 모르고 적응에 급급한 자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의 작은 가능성 마저 짓밟힌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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