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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 선임' 이임생 이사의 단독 결정...마음 돌린 홍명보 감독

기사승인 2024.07.09  04: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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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왼쪽)와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 울산HD 제공]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배경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고,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임생 이사 한 명의 고민과 판단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인정한 것. 

지난달 28일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9명의 전강위원 중 사퇴 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5명 위원과 화상 회의를 거친 뒤 이임생 이사는 사령탑 선임에 대한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았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전강위 추천을 통해 협회 이사회가 최종 선임한다. 협회는 법무팀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추후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다면 전강위의 위임을 받은 이임생 이사가 단독으로 사령탑을 선임하는 게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지난달 20일 10차 전강위 회의 이후 실질적인 최종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이임생 이사는 "(정해성 위원장 사퇴 뒤) 누군가는 절차대로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고, 정몽규 회장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다. 절차에 맞게 일을 추진해왔다"고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이임생 이사는 이달 2∼4일 외국인 후보자였던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외국인 감독과 유럽 현지에서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한국 축구에 적합한 지도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한 이임생 이사는 5일 오후 11시 홍명보 감독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한국 축구의 게임 모델,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연계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홍명보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설득한 결과, 6일 오전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다.

각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의 인터뷰 내용, 후보자 간 비교, 홍명보 감독 선임 결정, 최종 선임까지, 이임생 이사가 전강위원들에게 공유한 건 없다. 모든 고민과 결정은 홀로 했다.

이임생 이사는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나 혼자 했다. 홍명보 감독을 만나고, 결정한 후에 전강위를 다시 소집하고 미팅을 해야했지만 (하지 않았다.) 미팅 후 다시 언론을 통해 외부로 (정보가)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미팅 대신) 5명 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최종 후보 중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했고, 내가 결정했다"고 선임 과정을 밝혔다.

이임생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의 확고한 축구 철학은 존중하지만, 그들의 철학이 빌드업을 중시하는 '한국 축구'에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임생 이사는 "우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 때처럼 빌드업을 통해 미드필드에서 공격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이는 수비진에서 롱볼을 사용해 거기서 경쟁을 유도하면서 빠르게 서포트하는 축구는 아니"라며 두 외국인 감독 후보 중 한 명의 철학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압박을 중요시한 나머지 한 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를 언급하면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하이프레싱을 요구하는 게 맞나. 중동 국가 등 움츠리는 팀을 상대로 빌드업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데, 수비라인을 너무 많이 끌어올리다 보면 중동 팀의 역습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후반까지 체력 문제가 없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은 열흘 정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소집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들의 축구 철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경기력이 나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리에서 맴돌았다"고 덧붙였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데 대한 책임은 모두 끌어안겠다고 했다.

이 이사는 "나의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해도 좋다.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며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결정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화답한 홍명보 감독의 결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은 차기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그간 꾸준하고 완강하게 거절의 뜻을 밝혀왔다.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서도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5일 오후 11시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만난 홍 감독은 돌연 입장을 뒤집고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수락했다. 무엇이 홍 감독의 단호한 마음을 흔들었을까.

아직 홍 감독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 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과 최종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밝혔다. 

결국 이 이사가 홍 감독 자택을 찾아가 설득한 것이 마음을 돌린 결정적 계기였던 것. 

이 이사가 제안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한국 축구의 당면 과제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다. 오는 9월부터 이 대회 본선행을 결정하는 3차 예선이 열린다. 하지만 이 이사는 이를 넘어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이사는 "단기간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보다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홍 감독의 전술을 보완하기 위해 세계 축구의 중심 유럽 출신의 코치를 적어도 2명 붙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 이사는 "(이런 조건을) 홍 감독님도 받아들였다. 홍 감독님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유럽 코치들과 조화가 이뤄진다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간 연계성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봉도 외국인 지도자 수준으로 크게 올렸다. 홍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홍 감독조차도 유럽 등에서 활약하는 지도자에 비하면 처우가 떨어진다.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과 한국 감독의 연봉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도 당당하게 요구했다.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객관적 조건 외 단호했던 홍 감독의 마음을 어지럽힌 건 바로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이었다.

홍 감독은 선수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앞장섰고, 지도자로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한일 월드컵의 성공은 홍 감독과 같은 '2002 영웅'을 여럿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금까지도 지도자로서 현장의 일선에서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려 애쓰는 인물은 많지 않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며 지도자로서 최악의 시기를 겪은 홍 감독은 이후에도 축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여러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려 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선임 작업을 지원하는 등 행정가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울산 지휘봉을 쥐고 구단의 17년 만의 우승과 2연패를 이끌며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영욕을 함께한 홍 감독으로서는 대표팀이 마땅한 수장을 구하지 못해 마냥 흔들리기만 하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 어려웠을 터다.

결국 공석중인 대표팀 감독 자리는 홍명보 감독이 대신하게 됐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여러 변곡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리국면이다. 

이임생 이사의 단독 결정과 마음을 돌린 홍명보 감독의 결단. 이 두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강종훈 기자 sports@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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