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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유럽 이어 일본 연수’ 석진욱 감독 “유럽은 감독과 싸우고, 일본은 질문하며 소통...한국과 달라”

기사승인 2024.09.15  08: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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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를 취한 석진욱 감독. (삼성화재 제공)

현역 시절 ‘배구 도사’라는 별명을 가졌던 석진욱 감독(현 KBSN 해설위원)은 OK금융그룹 창단 코치에 이어 4시즌 동안 감독을 지내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2023년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그는 새로운 버전의 티칭을 위한 플랜을 세우고 실천에 나섰다. 우선 일본 배구를 현장서 접한 뒤,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아 챌린지컵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후 석 감독은 8월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파리 발리에서 연수에 나섰다. 혼자 떠난 유럽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폴란드 원정과 이탈리아 배구 현장까지 폭넓게 유럽배구를 익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3일부터 일본 도레이 에로우즈에서 연수를 이어가고 있다. 마침 삼성화재가 도레이를 방문해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는 상황. 도레이 티셔츠를 입은 석 감독을 만나 배구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 제천 코리아컵 중계방송 때 현장에서 보고 두 달 만이다.

“통영 컵대회는 해설을 하지 않기로 KBSN에 양해를 구했다. 시즌 전까지 일본에서 연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 언제까지 일본에 있을 예정인가.

“지난 3일에 들어왔다. 이달 말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대략 4주 정도다.”

# 도레이의 훈련 과정을 일주일 가량 지켜봤다. 어떻게 느끼고 있나.

“경기 보다 훈련 과정이 궁금해서 연수를 오게 됐다. 도레이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가는지를 느끼고 있다. 밖에서 지켜보기도 하지만 공을 직접 때려주거나 받기도 한다.”

# 기간이 조금 짧아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시즌 때는 해설위원으로 돌어가야 한다. 사실 어제 도레이 아베 감독이 이번 시즌 동안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경기는 이미 다양하게 접했다. 실제 궁금한 건 경기를 준비하는 훈련 과정이었다. 아베 감독의 제안은 고맙게 생각한다.”

# 지난해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에 비교한다면 일본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일단 일본 선수들이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지고 놀 줄 안다. 유소년 선수들이 체육관을 찾기도 하는데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럽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기술력이 상당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이어온 수준이 상당하다.”

#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우리나라는 23살에서 24살 사이에 프로에 입단하면 경기에 내보내기 위해 준비시키기 까지 1~2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기술을 습득시켜야 한다. 반면 유럽은 21~22살이면 경기에 나갈 부분을 대부분 알고난 후에 클럽에 들어온다. 기술적으로 습득된 상태에서 전술과 전략만 입히고 주전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러면서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경기를 통해 그 실력이 나온다. 일본도 유럽과 같은 맥락임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 선수 시절 ‘배구 도사’로 불렸다. 그 때 기량으로 해외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그 때는 나간다는 개념을 아예 가지지 못했다. 당시는 계약한 팀을 등지고 해외로 나가는 건 팀을 등지는 인상이었다. 두려움이 많았다. 사실 오퍼도 없었다(웃음).”

# 지금 선수들에게 조언한다면.

“나가서 유럽을 경험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특히 나이 들어 가지 말고 젊어서 나가 경험을 쌓고 오라고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돈을 많이 준다. 젊어서 연봉이 적을 때 나가 성장해 들어온다면 더 많은 돈을 나중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량적인 측면에서도 그 때 성장하는 게 더 유리하다.”

# 새로운 배구를 현장에서 접하고 있다. 다시 지휘봉을 들면 티칭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

“바꾸려고 한다. 나름 계획을 세우고 OK금융그룹을 이끌었지만 실패라고 생각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나왔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돌아볼 때가 있다.”

#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지. 

“지도방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팀의 매뉴얼을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확실하게 구축을 하고 난 뒤에 그걸 감독이 끌어줘야 한다. 그래야 밀고 나갈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나아가야 하는 기본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 유럽과 일본 팀들의 매뉴얼 구축 상황은 어떤가.

“상당히 구축된 상태다.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준비 과정에서도 시스템적으로 내가 뭘 해야하는지 잘 알고 코트에 들어간다. 또한 우리처럼 한 포지션에서 펑크가 나 흔들리는 상황이 거의 없다. 펑크가 난다고 해도 바로 메울 수 있다.”

# 밖에 나와서 보면 우리의 프로배구와 전체적인 배구 상황에 답답함이 느껴질 것 같다.

“우리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자면 경기 수를 조금만 늘려 선수들이 교체를 통해 폭넓게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일부 경기에는 쉴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 유럽이나 일본에서 한국 배구에 대한 인지도는 어떠한가.

“우리 배구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여러 면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막상 유럽에 나가보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인정해주지 않는다. 반대로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유럽에서도 인정한다. 이 현실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수준과 현주소가 여기에 있다. 노력하며 변해야 한다.”

# 도레이 선수들의 경기를 살펴보니 리시브 면에서 월등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느꼈나.

“동일한 생각이다. 이 친구들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잘 돼있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다. 블로킹과 수비의 조화에서 그렇다. 블로킹이 어디를 막고 있고, 그럴 때 수비가 어디로 움직이며 대응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돋보인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해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어릴 때부터 이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차이를 좁혀갈 수 있다.”

# 남은 시간 더 흡수하고 싶은 점은 어떤 부분인가.

“경기 중에 일어나는 콜사인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블로킹과 수비의 상황판단력, 그리고 그에 따른 소통에 대해서도 계속 질문하고 있다. 창피한 게 아니다. 모르면 물어볼 수 있고, 좋은 부분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좋은 예로 리베로가 사인을 내면 사이드 쪽 블로킹이 어느 쪽을 막기로 변화를 주는지를 봤다. 인상적이었다. 계속된 아이디어 표출 속에 더 좋은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걸 선택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다.”

# 도레이의 훈련을 지켜보니 선수들이 감독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나왔다. 코치에게도 그랬다.

“그 부분이 핵심이다. 일본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노력은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지금도 감독이 지도하면서 이게 답이라고 하지 않는다. 팀 상황에 따라 어떻게 가는 지를 알려주고 질문을 받는다. 일본 선수들은 계속 질문한다.”

# 유럽에서는 어떠했나.

“(슬쩍 미소를 보이더니)유럽은 선수들이 감독과 싸운다. 싸우면서 서로 부딪힌다. 그러면서 맞춰가는 과정을 거친다. 일본이 질문하는 것과 비교된다. 반면 우리는 감독이 시키는데로 한다. 여기로 가라면 가고, 가지 말라면 가지 않는다. 능동과 수동의 차이다.”

# 지금 우리 리그에 외국인감독 5명이 있다. 티칭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외국인선수 점유율을 줄일 것이라 본다. 오기노 감독이 지난 시즌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경기를 이기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외국인감독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특히 레오가 있는 현대캐피탈이 궁금하다, 어떻게 레오를 활용하며 가져갈지가 관심사다. OK금융그룹은 선수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시즌에 진짜 오기노 감독의 색깔이 나올 것이라 본다. 역시 궁금한 팀이다. 다른 팀들도 변화가 많을 것이다.”

# 한국에 돌아오면 10월 중순부터는 마이크를 잡고 배구팬들을 만난다.

“제천 코리아컵 때 해설을 해보니 어려웠다. 카메라가 들어오니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말로 하는 배구가 어렵지만 잘 전달해드리기 위해 계속 연구하겠다.”

# 다른 연수도 계획하고 있나.

“일단 유럽과 일본을 둘러본 부분에 만족한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유럽과 일본 배구의 훈련 및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는 귀중한 경험을 계속 하고 있다. 사실 집에 미안한 건 있다. 와이프가 보내주는 돈을 받을 때마다 그렇다. 이렇게 추석 연휴에도 떨어져 있지만 연구하고 또 연구하며 알차게 보내려 한다.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시즈오카(일본)=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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