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출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서울=연합뉴스)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선' 도전의 우선 조건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체육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3번째 임기 도전 관련 심사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에서 당선돼 체육회 수장에 오른 뒤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회장이 사실상 3선 도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아직 3선 도전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지만, 스포츠공정위 심사 자체가 3번째 선거 출마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의 3연임 후보자 심의 기준은 '재정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로 다소 모호하다.
이 회장은 이달 17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여부를 두고 "저도 후보자가 되려면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못하게 막혀있는 상황이 아니고 심의받으면 된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며, 12월 중 후보 등록이 진행된다.
이 회장은 심사 서류를 제출하고 다음달 2일까지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차 29일 출국했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기흥 회장과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등 3선 도전을 표명한 종목 단체 회장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4일 소위원회를 개최해 1차 심사를 하고 11월 12일 전체 회의에서 이들의 선거 출마 적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고 사실상 3선 도전을 시작한 뒤 일정 수행을 이유로 국외로 떠난 이 회장의 행보를 두고 체육계 일각에서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이 다음주 일시 귀국했다가 11월 11일 열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질의를 피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일정을 이유로 또 국외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런 비판을 자초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이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문체위 종합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전북 남원 유소년 스포츠 콤플렉스 입지 선정 관련 업무 협약 등 일정을 대고 출석하지 않았고, 동행명령장 전달을 위한 문체위 측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체육계 개혁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일전을 치르는 중인 주무 부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회장의 선거 출마를 막고자 압박을 이어갈 참이다.
최근 문체부는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개선하라고 체육회에 권고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장이 자기가 임명한 공정위원에게 임기 연장 심의를 받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아 불공정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문체부는 체육회에 개선 이행계획을 제출하라고 했으나 이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제 마음대로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관련 규정을 바꾸라는 권고는 지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문체부는 체육회에 스포츠공정위 개선 계획 제출을 거듭 요구하고 아울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김병철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의 '접대 골프' 의혹에 관해 청탁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를 검토할 방침이다.
22일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는 김 위원장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3선 연임 심사 이후 함께 골프를 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과 질타가 쏟아졌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이들과 골프를 치지는 않았으나 당시 자리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