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4번 타자와 대한민국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이대호는 2012시즌부터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겼다. 오릭스에서 2년 연속 24홈런과 91타점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타점왕과 베스트나인에 뽑힌 이대호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올 시즌을 앞두고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분석과 세밀로 축약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대호. 그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인들의 시각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일본 생활이 어느덧 15년째인 소프트뱅크의 오른손 투수 김무영(29). 고등학생 때 대한해협을 건넌 이후로 오늘까지 야구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묵묵하고 성실한 부산사나이다. 이런 김무영에게 이대호는 가장 친한 팀 동료이면서 함께하기만 해도 힘이 되는 든든한 형이다.
벤치와 클럽하우스에서 김무영의 눈에 투영된 이대호는 어떠했을까. 궁금함을 가득안고 그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소프트뱅크 김무영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홍성욱 기자 |
이대호는 클럽하우스의 주축
“대호형이 우리 팀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지하게 기뻤습니다. 작년까지 대호형이 오릭스에 있었을 때는 경기 때만 아주 잠깐씩 봤었거든요”라며 이대호와 같은 팀 동료가 된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부터 들떠있었다고 김무영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럴만 했다. 이대호와 두 시즌 동안 적으로 지냈던 김무영이었으니까. 둘은 2012년 딱 한 차례 대결했다. 결과는 이대호의 안타로 끝났다.
김무영은 “좋은 코스로 공이 잘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바가지 안타를 맞았습니다. 역시 좋은 타자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런 이대호가 지금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그의 바로 옆에 있다. 그것도 팀에서 가장 키가 크고, 가장 많은 연봉을 받으며 4번 타선에 고정된 선수로 말이다.
김무영은 “대호형은 한국에서도 그랬고, 일본에서도 늘 팀의 주축이 되는 선수입니다. 팀의 분위기를 바꿔줄 수도 있고, 또 분위기를 확 살려줄 수 있는 그런 선수죠. 그런 면에서 저도 의지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야수인 이대호가 선수들과 살갑게 지내면서 투수인 김무영은 야수들과도 이전보다 더 돈독한 사이가 됐다. 김무영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그 옆을 지나가던 야수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무영’을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이대호와 동기인 외야수 우치카와 세이치는 “무영! 오~”하는 감탄사와 함께 수첩에 받아 적는 시늉을 따라하며 인터뷰하는 김무영을 반겼다.
부산 사나이 3명이 10일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클럽하우스의 부산 사나이 3총사
김무영은 이대호와 같은 부산 사람이다. 여기에 한 명이 더 있었다. 이대호와 함께 오릭스에서 소프트뱅크로 적을 옮긴 정창용(소프트뱅크 한국 선수 담당)씨다.
셋 중 맏형인 정창용은 한대화(KIA수석코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0년 동국대를 대학야구 정상으로 이끌며 최우수투수상을 받았던 왼손 투수 출신이다. 당시 동국대 타선을 이끈 박한이(삼성)와는 부산고-동국대 동기동창이다. 일찍 일본에 건너와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딴 정창용씨는 경기 전에 이대호의 훈련을 지원하고, 코칭스태프의 주문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대호의 훈련이 끝나면 김무영과도 캐치볼을 하면서 몸 푸는 걸 도와준다. 경기 때는 벤치에 앉는다.
이렇게 김무영-이대호-정창용까지 부산 사나이 셋이 모이면 구수한 사투리가 클럽하우스에 진동한다. 김무영은 “셋이 모이면 진짜 흥겹습니다. 주로 부산 얘기죠. 고향 얘기만큼 정겨운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김무영은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은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한국말을 하게 된 것을 꼽았다.
“대호 형이 오기 전까지는 한국말을 할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매일 한국말을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훈련할 때도, 벤치에서도, 식사할 때도 한국말을 합니다. 가장 큰 변화죠”라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밥 먹는 짝꿍이 생긴 것이다. 이전에는 보통 투수들과 식사를 함께 했던 김무영은 이제 이대호와 늘 함께 먹는다. “식사는 맨날 같이 합니다. 식당에서는 옆에 딱 붙어있어요. 한국 음식이 따로 나오지는 않지만 형이나 저나 뭐든 잘 먹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시즌중이라 저와 대호형만 늘 함께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가족끼리도 자주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비시즌에도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라며 싱글벙글이다.
이대호가 외야에서 러닝 훈련을 하다 김무영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 홍성욱 기자 |
대호형과 함께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
김무영은 경기 전 투수들과 함께 외야 백스크린 앞에서 몸을 푼다. 타격훈련을 마친 이대호가 러닝을 위해 외야쪽으로 넘어오면 현장에서 처음으로 마주친다.
“무영아 니 몸 단디 풀었나?” 이대호가 먼저 말을 걸자, “예, 행님. 오늘 홈런 하나 날려 주이소”라며 이내 김무영이 화답한다. 얼굴에선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지만 두 선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좋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가는 두 선수는 때론 힘이 되고, 때론 위로가 되는 정겨운 형과 동생 사이다. 현재 소프트뱅크 선수 가운데 일본 이외 지역에서 출생한 선수는 모두 10명. 이 가운데 유이한 한국 출신인 이대호와 김무영이기에 돈독함은 상상 이상이다.
김무영은 이대호와 함께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우승의 순간을 대호형과 함께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라면서 황홀한 표정으로 상상했다. 그 목표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팀이 퍼시픽리그 1위를 질주하면서 가을야구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상황.
선수 생활 최고의 순간을 그리며 오늘도 구슬땀을 쏟는 김무영. 우승까지 달려가겠다는 그의 곁에는 이대호가 함께 있었다.
▲ 김무영은?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무영은 대신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하야토모 고등학교와 후쿠오카 경제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독립리그 팀인 후쿠오카 레드 와블러스에 입단해 35경기에서 17세이브(평균자책점 0.41)를 기록하며 그토록 원했던 소프트뱅크에 지명되는 기쁨을 얻게 된다.
2009시즌부터 일본 프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김무영은 지난 해까지 5년 동안 62경기에 나와 1승(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11경기에서 14⅔이닝을 던져 9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WHIP(이닝당 안타 볼넷 허용률)는 0.88이다.
145km를 찍는 직구에 주무기인 컷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아내는 김무영은 승부 타이밍에서 포크볼을 구사하는 투수다. 제구가 좋고, 구종이 다양한데다 볼끝이 상당히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무영은 어제(10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5회초 2사 2루에서 구원등판해 1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2년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16개 였다. 그는 히어로 인터뷰에서 “기쁘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밝혔고,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그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 지금 이대호는?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8월 11일 현재 62승 36패 4무(승률 0.632)로 퍼시픽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12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6할대 승률을 자랑한다. 특히 8월 2일 니혼햄전 이후 8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2위 오릭스와 게임차를 4.5로 벌렸다. 이대호는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2할 9푼 9리(398타수 119안타)와 12홈런 4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타격 6위, 최다안타 4위, 홈런 11위, 타점 12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대호는 팀의 연승행진과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 8월 8일까지 7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8월 5일 세이부와의 원정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승리에 기여한 이대호는 6일 경기에서도 볼넷 3개와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7일 오미야고엔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전에서 이대호는 6회 2사 2루에서 0-0의 균형을 깨는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이는 결승타가 됐다. 8일 니혼햄과의 홈경기에서도 이대호는 1-1이던 3회말 1사 1,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2경기 연속 결승타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10일 니혼햄전에서도 3타수 2안타 1타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팀이 4-3으로 1점 앞선 상태에서 괴물투수 호타니의 포크볼을 공략해 5-3으로 달아나는 타점을 기록하며 김무영의 구원승을 뒷받침했다.
이대호는 12일부터 라쿠텐-오릭스-세이부로 이어지는 9연전에 돌입해 3할 타율 복귀와 더불어 물오른 타격감을 이어갈 태세다.
▲ 이대호의 사랑의 쌀 나눔
평소에도 비시즌에 연탄배달을 하는 등 참여하는 기부를 이어왔던 이대호는 시즌 중에도 기부프로그램을 이어가고자 사랑의 쌀 나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은 네티즌도 동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대호는 참여 네티즌들을 위해 매월 친필 사인이 담긴 방망이와 사인공을 선물로 내놓았다.
사이타마 = 홍성욱 기자 pzkej@naver.com
홍성욱 pzk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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